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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접근성 이야기 - '널리'의 하루 2편

2015-07-09 14:31:45

안녕하세요. 엔비전스입니다.


맥모닝을 사러 맥도널드에 들어가려다가 고정문을 계속 밀어도 안 열려 영업을 안 하는 줄 알고 울상이 된 널리,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많이 궁금하셨죠? 이번 시간에도 여러분은 널리를 따라가며 오프라인의 접근성 요소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점심

아침에 출근하느라 맥모닝을 못 먹은 널리. 결국은 점심에 맥도널드에 찾아왔네요. 안으로 들어가서 카운터로 가기 전에 잠깐 의자에 앉습니다. 새로운 메뉴가 있는지 아이폰으로 맥도널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기 위함입니다. 어찌 보면 널리에게는 이것이 맥도널드의 메뉴판인 셈입니다.

 

새로 생긴 메뉴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늘 먹던 빅맥 세트를 주문합니다. 본인의 휴대폰으로 들어온 결제내역 문자를 스크린리더를 통하여 확인한 후 사인패드에 손가락을 이용하여 사인합니다. 영수증 자체에 사인할 때는 어느 부분에 사인해야 하는지 일일이 점원이 손으로 짚어 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사인패드는 패드 내에서의 전 범위가 사인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좀 더 편하게 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자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시 일하러 들어갑니다.


전철 이용

퇴근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지하철을 이용하는군요. 전철역에서 개찰하려고 지갑을 단말기에 가져다 댔는데 ‘한 장의 승차권을 사용하세요’라는 음성이 들립니다. 이런, 지갑에 여러 장의 교통카드를 넣어 놓았군요. 널리씨는 카드를 구분하기 위해 점자 카드나 카드 면에 숫자가 양각으로 새겨진 카드를 사용합니다.

 


그림 설명: 번호가 양각으로 찍혀있는 카드, 출처: 사랑퐁퐁님 블로그
그림 설명: 점자가 쓰여있는 카드, 출처: itviewpoint님 블로그 

 

쉽게 이용할 카드를 지갑에서 꺼내서 개찰한 널리는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전 유도기 리모컨을 이용하여 현재 본인이 내려가는 방향이 수서 방향이 맞는지를 확인합니다. ‘널리의 하루 1편’에서 설명해 드린, 신호등에서 사용하는 유도리모컨은 신호등뿐만 아니라 이처럼 전철역과 같은 곳에서 안내 장치가 되어 있는 경우 사용이 가능합니다.  

 

널리가 리모컨을 누르자 위쪽에서 "3호선 종로3가, 오금 방면 승강장과 6호선 환승 통로로 내려가는 계단 앞입니다.'라고 알려줍니다.


 

음성 설명: 실제 방송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 


그런데 널리에게는 친절하게 들린 이 정보가 옆에서 술에 취해 우두커니 서 있던 어떤 아저씨의 화를 돋웠나 봅니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나는 소리가 뭐야? 시끄럽게. 누가 낸 소리냐고?”

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널리는 겁을 먹고 모르는 척하며 플랫폼으로 내려갔습니다.  

 

플랫폼으로 내려간 널리는 늘 타던 4-3칸으로 걸어갑니다. 해당 칸에서 타야 내려서 좀 더 빨리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죠. 어림짐작으로 안전문 앞에 도착하자 4-3칸에 맞는지 안전문에 적혀 있는 점자를 확인하려 합니다.  

 


그림 설명: 8-3 상일동 마천 방면이라는 문구가 점자로도 적혀있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안전문, 출처: 정책공감 티스토리 블로그

각각의 안전문에는 ‘x-x, xx 방면’ 등으로 안내 문구가 점자로 쓰여 있어서 확인할 수 있는데 문제는 거의 항상 그 주위에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널리가 좀 주춤주춤하고 있으려니까 옆에서 어딜 찾느냐고 낯선 사람이 물어봐서 도움을 받아 4-3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점자스티커

일반적으로 점자를 종이에 쓰게 되면 쉽게 지워질 우려가 큽니다. 따라서 책과 같은 인쇄물이 아닌, 스티커 용도로 사용되는 도구(모텍스)에는 코팅이 되어 있어서 손톱으로 너무 세게 누르지 않는 한 점자가 지워지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널리가 만져보려 했던 안전문의 점자는 모텍스는 아니지만, 손톱으로 눌러도 지워지지 않는 재질로 되어 있으며 모텍스 스티커는 일반적으로도 CD 케이스나 각종 도구에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그림 설명: 점자 스티커 예시

 

널리가 목적지까지 지하철로 가려면 약 20여 분의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그 시간에 음악을 듣기 위하여 널리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어 스마트폰과 연결한 후 음악을 듣습니다. 참고로 널리는 30대의 젊은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옛날 노래만 듣는다고 합니다. 트로트나 감수광, 목로주점과 같은 노래들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  

 

블루투스 이어폰 음성지원

요즘 나오는 블루투스 이어폰 중에서는 전원 켜짐 여부, 배터리량, 페어링 여부 등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기기들이 있습니다. 널리가 가지고 있는 이어폰도 해당 기능이 지원되고 있어서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널리

자, 이제 험난한 길을 헤치고 집까지 돌아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목적지인 7층을 누릅니다. 그런데 이런, ‘7층 취소’라고 음성안내가 나오는군요. 누가 이미 7층을 눌러놓았나 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7층 버튼을 누릅니다.

 

집에 도착한 널리는 들어가자마자 너무 덥게 느껴졌는지 탁상시계를 누릅니다. ‘현재 시각은 오전 12시 25분, 온도는 29도입니다.’ 널리는 온도계가 포함된 탁상시계를 사용하고 있네요. 보통 시간이 궁금하면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만, 실내 온도가 궁금할 때는 탁상시계로 확인한다고 합니다. 너무 덥다고 생각하여 에어컨을 켜고 휴식을 취합니다.

 

어느 정도 더위를 식힌 널리는 잠자리에 들기 전 말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잽니다. 오늘은 점심도 햄버거, 저녁도 회식... 참 많이 먹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저울 위에 올라가자 저울에서 아주 큰 목소리로 ‘당신의 몸무게는 xx 킬로그램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옵니다. 얼마나 음성이 큰지 옆집까지 다 들릴 지경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역시나 몸무게가 늘었군요. 제가 보기엔 널리가 앞으로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할 듯합니다.

 

 

지금까지 2회에 걸쳐 널리의 생활을 따라가며 오프라인에서의 접근성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같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접근성 요소들이 모두 장애인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블루투스 이어폰, 말하는 저울과 같이 일반적으로 나온 제품에도 접근성 기능들이 들어가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모두 감사히 잘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죠. 

 

이 글이 시각 장애인의 오프라인 접근성에 대해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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