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그렉 반더헤이든 교수님’을 만나다.

2018-05-11 15:00:32


안녕하세요.

 

접근성 팀입니다.

지난 3월 말경, 접근성과 사용성 권위자이자 팀 버너스리 경과 함께 W3C의 WCAG 주 저자로 작업하면서, 미 재활법 508조 표준화 위원 및 ISO/IEC 접근성 표준화 위원이신 그렉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그렉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와 함께 서로 간의 열띤 Q&A까지 가진 뜨거운 하루였습니다.

 

강의의 시작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장애/비장애를 구분하기에 앞서, 과연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장애에 부딪힌 적이 없을까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장애인 사람들도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이 나빠서 안경을 낀 사람이 안경 없이 생활을 하게 되는 상황, 하지만 우리는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장애인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여기서의 구분은 장애를 극복하게 해주는 기능(안경)을 제공해주냐의 차이로 우리는 판단합니다.

다른 예로 키 작은 사람들은 높은 선반의 물건을 꺼내는 일에 장애가 있지만 사회가 만든 일반적인 환경을 살아가는 데에는 장애로 여기지 않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시각이 없다면 환경은 그에 맞게 디자인될 것이고 오히려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환경은 시각이 있는 사람들 기준으로 디자인된 세상이며 시야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맞기 않게 디자인된 환경이기에 생활하는데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장애인 조사를 위해서 한 가정을 방문하는데 어린아이가 집에 있어 혹시 이 집에 장애가 있는 식구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근데 거실에 의족이 있는 것을 보고 의족을 쓰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는 아빠가 쓰는 의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아 그럼 아버지가 한쪽 다리가 없으시구나 했더니, 의족을 벗으면 그렇지만 의족을 착용하면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빨리 달리고 지금도 밖에서 조깅 중이라고 아이는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친구들이랑 미식축구도 한다고 아빠의 축구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팀에 전맹 시각장애 직원은 그의 가족은 다 시각장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족 중에서 그가 컴퓨터 가장 컴퓨터 전문가였고 그 직원 때문에 집에 컴퓨터를 집에 들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시각 장애가 없는 가족원들은 컴퓨터 다루는 데에 장애를 갖게 됩니다.

이렇듯, 장애인들이 겪는 장애를 비 장애인들도 일상생활에 당연하게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맹 장애는 시야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바쁜 상황(운전 중에 휴대폰 입력) 혹은 어두운 곳에 있을 때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저 시력장애는 작은 디스플레이로 화면을 볼때, 안개가 심한 환경, 또는 안경을 와두고 온 상황에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청력 장애는 시끄러운 장소나, 한 가지를 집중해서 듣고 있을 때, 아니면 독서실처럼 강제로 소리를 내면 안되는 환경에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중증 장애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우주복 같은 무거운 복장을 입었을 때, 또는 굉장히 온몸이 피곤한 상태에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지체 장애는 방해를 받고 있는 상태 혹은 불안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리고 술에 취했을 때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지 않았나요? 아니, 아예 장애/비장애를 구분 지어 놓은 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요?
아니면,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 때에도, 이런 사용자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해본 적이 있었나요?
아래 문서는 Gregg 교수님이 TRACE R&D CENTER에서 다양한 사용자들의 전자 제품 접근에 대해 정리한 문서입니다. 
Basic Guidelines and Strategies for Access to Electronic Products and Documents 

1-Trace_2_Page_Guidelines.pdf
2-Basic_Access_Principles-_master123.pdf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고 기억력이 감퇴될 수 있습니다.
우리 외할머니는 아직도 특정 가수를 좋아하셔서, 그 가수의 공연을 가고 싶은데, 그 공연은 온라인 예매만 하다 보니, 할머니는 누구의 도움 없이는 공연을 보실 수가 없습니다. 
공사현장에서 인테리어 감독하는 친구는 소음이 큰 공사현장에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휴대폰 음성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실제로 더 많은 사용자의 삶을 이롭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정작 어떤 사용자들은 그 기술의 혜택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윈도우 7에서 8로 넘어갔을 때, 자주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나 모바일앱  인터페이스가 어느 날 업데이트 되어 이전에 사용했던 기능들을 찾지 못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나요? 실제로 지금 기술은 더 나아진다고 하면서, 단지 새로운 학습이 필요한 형태로 발달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새로운 것들을 습득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은 배제하면서 설계(기획, 디자인)를 하고 있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용자를 만족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무엇인가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방법으로라도 최소한 사용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각이 없는 사용자는 음성으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화면이나 자막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저 시력, 색맹이나 색약일 경우 적어도 내용을 구별해 낼 수라도 있도록.  이렇게 여러 다양한 사용자들이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서울까지 가져오신 그렉 교수님의 커다란 슈트 케이스 안에는 여러 가지 강의 재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키패드, 색맹 안경과 데이터 차트, 개인 환경설정을 인지할 수 있는 GPII 반지, 터치스크린, 카드, 물체들이 들어있는 주머니, 글자판, 랜드마크를 통해 인지를 도울 수 있는 디자인 북, 촉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키보드 등등..

정말 운이 좋게도 교수님의 진행에 따라 하나하나 직접 체험하면서, 사용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용자를 이해하고 만든 설계와

유니버셜 디자인, 다양한 사용자의 환경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정보격차는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사는 지역에 따라, 소득에 따라, 교육에 따라, 혹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정보는 격차는 계속 존재해왔으며,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특히 남한과 북한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그 격차는 다른 어떤 이웃한 지역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가면서 그 기술을 특정한 계층만 사용하도록 독점해야 할까요?
그렉 교수님의 동료인 팀 버너스리 경도 웹을 만들면서 '기술은 여러 사람이 나눠 써야 한다'는 기조 아래 웹과 관련 프로토콜,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무료로 공개하고, 지금도 W3C의 의장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사용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만약, 웹을 처음 만들었을 때, 그 기술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공유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네이버와 같은 기업들은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 보편적 설계, 사용성, 접근성, 유니버셜 디자인은 사회 공헌의 범주가 아닌, 우리 모두가 포함된 사용자들을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것들이 항상 작업의 우선순위 뒤에서 진행하거나, 설계, 디자인, 개발이 끝난 사후에 개선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장 사람들이 많이 쓰는 제품과 서비스는 그 사용자들의 다양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정작 개인 짐보다 강의를 위한 재료들을 더 큰 가방에 담아 바다를 건너오시자마자, 장장 6시간이 넘도록 열정적으로
강의해주시고, 체험 하나하나, 질문 하나하나 귀를 열고 들으면서, 본인의 지혜와 지식을 전수해 주신 그렉 교수님과의 시간은 감동적이면서 아름다웠습니다.

물론, 점심 식사를 하러 가면서, 말이 너무 빠르지 않냐고 물어보시고는 천천히 시작했던 템포가 결국 다시 빨라지긴 했지만은... ;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면서 강의와 체험을 잘 따라올 수 있게끔 세심하게 배려해주시면서도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강의 이후, 진행했던 Q&A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Q&A

Q1. 컨트롤러 대각선 길이가 6mm 이상이 돼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컨트롤러 객체 크기 측정 도구는 국제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나요?
A1.  너무 작은 크기로 만드는 건 당연히 추천하지 않겠지만, 기계마다 디스플레이가 다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즈가 작으면 화면을 키워주는 기능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물리적인 크기 기준을 정한다면 화면이 아주 작은 디바이스는 앞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랑 같다. 정해진 디바이스, 예를 들어 지하철 표를 뽑는 해당 기계에만 대한 규칙이라면 필요한 규정이라고 생각된다. 크기를 재야한다면 자로 하면 될 것 같다.

Q2. 새 창은 target="_blank"라고 명시하면 오류 아님이지만 사용성 측면에서는 보조 기기가 "새 창"이라고 자동으로 읽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새 창"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2. 창이 새로 열리고 그 창에 대한 정보는 주는 게 당연히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필요시에만 새 창으로 보내는 방식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폼 작성 중에 "자세한 내용 보기"를 클릭하면 작성된 내용이 다 날아가고 현재창에서 자세한 내용이 뜬다면 안 될 것이다. 반대로 무조건 새 창으로 열리는 것도 굉장히 이용에 방해되기 때문에 필요시에만 사용하고 사용 시 새 창이라고 알림 해주는 것은 매우 좋을 것 같다.

Q3. 콘텐츠 선형화에서 "제목 - 더 보기 - 내용" 순서가 사용성 측면에서는 구조적으로 이해 가능하여 불편함이 없습니다. 꼭 "제목-내용-더 보기" 순으로 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3. 제 주관적으로는 타이틀 나오고 짧은 내용이 보인 후 더 보기 링크가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분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Q4. 보조 기기에서 탭으로 이동하면 계속 "더 보기"라고 읽어주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의 더 보기인지 식별이 불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른 기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탭(tab) 컨트롤을 이용하여 공지사항 목록을 나열하고, 주변에 ‘더 보기’ 링크를 제공하는 콘텐츠에서 ‘더 보기’ 링크는 그 맥락으로부터 ‘공지사항 더 보기’임을 알 수 있다.)
A4. 일반 사용자한테는 해당 내용 옆에 더 보기가 있어 당연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스크린리더 사용자에게는 더 보기가 어떤 더 보기인지 알기가 힘들어 어떤 내용의 더 보기인지 읽혀주는 게 더 좋다.

Q5. WCAG 2.0에서 글꼴 색과 배경색의 명도대비를 (Normal Text 기준) 4.54:1으로 제공하는 것을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와 웹에서 공간 제약 또는 요소를 직관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텍스트 대신 아이콘을 이용하여 정보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 활성화 또는 정보의 주요도를 구분하기 위해 명도대비를 낮추어 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경우에도 WCAG에서 제안하는 3:1의 명도대비를 준수하기에는 디자인상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요?
A5. WCAG에서는 비 활성 버튼에 대한 명도대비는 따로 명시한 것이 없다. 이것에 대한 회의를 많이 했지만 비 활성화 버튼에 대한 것은  
제외하기로 했다. 5가 아닌 4.5명도 대비로 잡은 이유는 5로 잡으면 흰색과 검은색 사이에 다른 색상을 넣을 수 없어서이다.
한국에서 KWCAG를 정해서 추가하는 건 좋은 방법 같지는 않은 것 같다. WCAG를 만들 때 많은 국가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규칙이 제한적이면 이런 식으로 문제를 삼을 수가 있고 쉽게 바꾸면 거기에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런 규칙에 대해서 이미 많이 고민한 것이며 이러한 규칙을 안 주는 것으로 정한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해당 국가에서 따로 만들지 않고 손대지 않은 번역본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Q6. 현재 올 6월에 발표될 WCAG 2.1 지침이 한국에서의 웹과 모바일 지침이 분리되어 있는 것과 달리 웹과 모바일 등의 다양한 플랫폼에 걸친 접근성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6. 미국에서는 모바일, 웹, e-document, 다 똑같은 표준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표준만 약간의 추가적인 것 제외하고는 분리해서 표준을 두지 않는다. 왜나하면 outlook 이메일로 받은 E-Document 내용을 웹에 올리면 웹이 되는 거고 그것을 모바일로 보면 모바일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개의 문서에 대해서 웹에서 열었는지, outlook을 통해서 확인했는지에 따라서 다르게 규칙을 정하는 건 맞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웹안에서 소프트웨어나  e-book 의 형태와 똑같이 구현이 되고 있어 규칙을 나눌 필요가 없다. 결국에는 하나의 글로벌한 표준안을 제시하는 게 좋을 것이다. 왜나하면 나중에는 두 개의 다른 충돌적인 이슈에 부딪힐 수가 있는데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Q7. 이 지침의 각 항목에 있는 Success Criteria의 여러 기법들이 터치 사이즈와 같은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 웹 접근성 구현을 중심으로 작성되어 있는데 웹뿐만 아니라 모바일 접근성 구현 방법을 추가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만약 계획이 있다면 언제쯤으로 예상하시나요?
A7. W3C에서 실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다음 세대의 사용 환경에 대한 사항이다. 거기에는 제스처도 포함되어있고 다다음 세대를 위해 사용 환경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준비 중이다. 인터페이스는 발달될 것이며 지금과 같이 다른 환경으로 세상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하고 있다.

Q8. 소프트웨어 접근성 진단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따로 가지고 있나요?
A8. 미 재활법 508조 , EN301 등이 있습니다.

Q9. 소프트웨어 소스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소프트웨어 접근성 진단을 진행하고 있나요?
A9. 접근성은 소스 코드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UI를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데 스크린리더가 안 읽어준다던가, 사용자가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확인해야 된다.

  글 : 오윤식, 김정현
사진 : 이선주
자료 : Gregg Vanderheiden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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