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희망을 재생하는 영상들과 함께
CODA(코다)
제94회 오스카 작품상,남우조연상, 각색상 수상작
지난 3월 27일 열린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CODA가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의 제목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청각장애인 가정의 자녀(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영화 CODA는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중심에 있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로,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 의 리메이크작입니다.
특히, 라라랜드 음악감독이 참여하여, 다양한 시도를 한 배경음악은 주인공의 재능, 꿈, 그리고 희망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수어 수상소감
제94회 오스카 남우조연상 시상은 제93회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받은 한국의 윤여정 배우님이 시상하고, CODA의 트로이 코셔(Troy Kotsur) 배우가 수상했습니다.
Oscar goes to.. 다음의 윤여정 배우님의 수어 동작을 보고, 트로이 코셔(Troy Kotsur)와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름 호명전에
수상자가 코셔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사용해야 하는 수어를 위해 오스카 트로피를 옆에서 들어주겠다는 것을 반항하다가 순순히 넘겨주고, 수상소감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Instead I really want to thank all of the wonderful deaf theater stages
where I was allowed and given the opportunity to develop my craft as an actor”
대신, 저는 모든 훌륭한 청각장애인 연극 무대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배우로서 연기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코셔의 수상소감을 보면 청각장애인 연극 무대가 있고, 그곳을
통해 배우의 꿈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발전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CODA에서 부부로 나왔던 상대 배우인 말리 매틀린도
또한, 35년 전 >작은 신의 아이들<이란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최초의 청각장애인 배우이기도 합니다.
CODA 이야기 속에는 주인공의 재능을 알아보고, 함께
키워가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밖의 실제
주인공들 또한 스스로의 재능을 발전시켜나갈 무대가 있고
그 무대를 통해 신체적 제약을 넘어,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다양한 삶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약과 제한이 아닌, 노력해 볼 수 있는 기회와 무대가 필요합니다. 삶의 방법이
다를 뿐, 그 안의 재능과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나는 보리(Bori)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한국에도 있습니다.
나는 보리(Bori)라는 한국 영화는 로컬 영화제인 오스카(Oscar)보다 국제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웰 메이드 영화입니다.
닮은 듯, 다른 이 영화는 마치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봄에서 초여름의 바닷가 배경을 바탕으로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귀엽지만
사려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봄에 꼭 봐야할 영화
사람은 키가 클 때, 대부분 성장통을 겪습니다.
가끔 성장기 아동에게 나타난다는 이 현상은 모든 사람들의 전 생애를 통틀어 겪어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사람이기에, 우린 늘 생각이란 걸 해보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은 더 늘어난 경험과 지혜를 쌓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오해도 하고,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깨우침도 얻으며 좀 더 단단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보리(Bori)의 주인공 소녀 ‘보리’와 그 가족의 조용하고 잔잔한 서사는 어느덧 우리를 행복하게 조용히 미소 짓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겁니다.
이 봄에, 이 영상은 지금 계절에 꼭 봐야 하는 미장센으로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BLACK(블랙)
까만 어둠 속에서 눈부신 교육의 힘에 대한, 헬렌 켈러와 설리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인도 영화입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미쉘이 사하이 선생님을 통해, 피부로 느끼고 배우는 과정을 매우 짜임새 있는 연출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티드 밧찬이 연기한 스승 사하이는 미쉘에게 필요한 교육 방법을 찾고, 다가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배워야 한다고, 그래야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고,"
"저 아이에게 안 가르쳐주었던 단 한 단어는 "불가능" 입니다."
"꿈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겁니다.
눈이 안 보이는 저도 꿈이 있거든요"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헬렌 켈러는 1970~80년대 미국에서도 여성이 교육과 사회활동이 쉽지 않았던 그 시절에 인문계 학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시청각 장애인이 됩니다.
설리반 선생님이 헬렌에게 바랬던 것은 스스로 독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헬렌은 평생 수십 개국을 방문하여 강연을 하면서, 서프레제트, 반전 운동, 아동 노동 반대,인종 차별 반대 운동 등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살아냅니다.
Bob Ross - Shades of Grey (Season 2 Episode 4)
“참 쉽죠? That easy?”
밥 아저씨를 기억하시나요? 캠퍼스에 너무도 쉽게 풍경화를 쓱쓱 그려내던 밥 로스(Bob Ross)는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아름다운 그림 영상과 주옥같은 멘트들을 남겼습니다.
밥 아저씨가 어떤 쇼핑몰에서 시연을 마친 후, 한 사람이 찾아와 물었습니다.
‘밥, 저는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색맹이거든요. 제가 볼 수 있는 색이라고는 회색톤 밖에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밥 아저씨는 시즌 2 에피소드 4에서 그분들을 위한 그림 강의를 합니다.
“So I thought today we'd do a picture in gray just to show you that anyone can paint. 그래서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자 오늘은 회색으로만 그려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Isn't that fantastic? That you can make whold mountains in minutes? And you can do it. There's no big secret to it. All you need is a dream in your heart. 환상적이지 않나요? 몇 분만에 산들을 그릴 수 있잖아요?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큰 비밀이 있는게 아니예요. 마음속에 꿈만 있으면 됩니다.”
밥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든 누구나 제약 속에 갇히지 말고, 스스로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언어, 다른 인종, 다른 성별, 다른 세대, 다른 신체적 상황이라도 우리는 서로 이해하며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인종, 같은 언어, 같은 성별, 같은 세대라도 서로 배려하지 않으면, 소통과 공감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94회 오스카에서 윤여정 배우와 트로이 코셔(Troy Kotsur)의 배려와 소통의 장면과 크리스 락과 윌 스미스의 폭력 장면의 대치적 상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결국, 코다(CODA)와 나는 보리(Bori), 블랙(Black)과 밥 아저씨의 에피소드들도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각 사람들간의 소통과 공감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결국 누구든지 생각의 본질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고, 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누군가는 더 배우고 성장하며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제한과 제약 등으로 그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꿈과 희망 그리고 교육의 기회
간혹 색각이상자는 자연계나 의대, 미대 진학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 등에서 색각이상자는 일부 불합격 처리하는 관행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현세 만화가님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색약으로 대학 진학이 좌절되었다고,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한국에는 장애가 있으면 유학 결격사유로 규정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또한, 성별이나 경제, 환경에 따른 기회의 제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당시 문교부는 장애를 해외 유학의 결격 사유로 규정했지만, 강영욱님의 유학으로 이 조항이 폐지됐고, 강영욱님은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 유학생이 되어 백악관 정책 차관보를 역임하였습니다.
코다(CODA)의 남우조연상 수상자 트로이 코셔(Troy Kotsur) 배우에게 재능을 발전시킬 무대를 만들어준 것과 같이,
나는 보리(Bori)에서 보리가 가족들과 소통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가는 과정과 같이,
블랙(Black)에서 미쉘을 포기하지 않고, 필요한 학습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하이 선생님의 노력이,
밥 아저씨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을 제안 하는 등..
이 봄에 누구든지 꿈을 꾸고, 희망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현실에서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노력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보다, 그 노력을 지지할 수 있는 과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If you don't like it - change it It's your world.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꾸세요. 당신의 세상이에요. -Bob 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