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점자의 현재와 미래 2
안녕하세요. 엔비전스입니다.
지난<전자 점자의 현재와 미래> 시리즈 글에서 <디지털 시대의 점자와 표준>을 통해 사용자가 점자로 모바일 기기 또는PC의 화면을 읽을 수 잇도록 보장하는 Braille HID 프로토콜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시각장애 사용자가 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화면 내용을 음성과 점자로 출력하는 스크린 리더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스크린 리더가 실행된 컴퓨터에 점자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Bluetooth 또는 USB로 연결하면 스크린리더의 점자 출력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 내용을 스크린 리더가 점자로 출력하려면 점자 디스플레이 종류에 상관없이 호환되는 표준 프로토콜이 잇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Braille HID입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점자를 활용할 때 스크린 리더에 점자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지난 글에서언급했듯 점자 인쇄용으로 개발된 점자 프린터(Braille Embosser)에서 점자로 문서 내용을 인쇄하거나, 점자 정보단말기에점자 전용 디지털 파일을 저장해 사용자가 읽고 쓸 수 잇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디지털로 점자 데이터를 기록하고 쓸 수 있는 디지털 점자 파일 형식과 기술적 구조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점자 파일의 두 가지 형식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점자를 표시하는 방법은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반적인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는 방식입니다. 널리 사용되는 문서 파일 형식인 .txt, Microsoft Word, html, .pdf등의 파일에 존재하는 문자를 실시간으로 점자로 번역해 점자 정보단말기 또는 점자 프린터로 출력합니다. 이 과정에는 텍스트를 점자로 번역하는 점역 소프트웨어(Braille Translato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대로 점자를 일반 문자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에는 역점역(back-translator)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보통 사용자가 점자 전용 키보드인 퍼킨스 키보드를 이용해 입력한 문자를 일반 문자로 번역하는 데에 많이 사용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처음부터 점자 전용 포맷으로 개발된 전용 디지털 파일에 점자 코드와 필요한 메타 정보를 그대로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Unicode UTF8에 점자 코드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이 방식은 복잡한 번역 작업 없이 곧바로 점자로 문서 내용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텍스트 이외에 이미지를 촉각으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력하고자 하는 형태의 이미지를 단순한 점 패턴으로 구성해 파일에 저장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다룰 내용 역시 점자 코드를 디지털 형식으로 저장하는 점자 전용 포맷에 관한 것입니다.
ASCII 기반 점자 파일 형식
가장 먼저, 디지털 점자 표기를 위한 오래된 방식인 ASCII Braille(미국식 점자 ASCII)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방식은 한칸에 6개의 점으로 구성된 6점 점자를 ASCII 문자에 그대로 대응시키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 알파벳 A(점 1)는 ASCII 문자 A(0x41)에 매핑하고, B(점 1·2)는 B(0x42)에 매핑하는 식입니다. 이를 표로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점자 패턴 (점 번호) | 문자 예시 (알파벳) | ASCII Braille Code |
---|---|---|
1점 |
A |
0x41 |
1,2점 |
B |
0x42 |
1,4점 |
C |
0x43 |
1,4,5점 |
D |
0x44 |
1,5점 |
E |
0x45 |
1,2,4점 |
F |
0x46 |
이 외에도 마침표, 쉼표, 대문자 기호, 숫자표시 기호 등은 점 배치와 ASCII 문자를 일대일로 매핑하여 표현합니다.
ASCII Braille 파일은 txt나 brl 같은 확장자를 사용합니다. 별도의 헤더나 메타데이터가 없으며, 오직 ASCII 문자(공백, 제어문자 포함)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파일을 불러올 때 어떤 번역 규칙(언어별, 점역 수준별 테이블)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사용자가 직접 지정해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매우 단순한 구조와 폭넓은 호환성이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초기 점자 프린터나 오래된 점자 번역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ASCII Braille를 그대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언어에 따른 차이를 반영하기가 어렵고, 추가 렌더링정보를 담을 수 있는 메타데이터가 전혀 없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BRF (Braille Ready Format)
BRF는 1980년대 미국 NLS(National Library Service for the Blind and Print Disabled)에서 주도적으로 활용하면서 발전시킨 형식입니다. 기본적으로ASCII Braille과 유사하지만, 문서를 어떻게 페이지별로 구성하고 줄 수를 어떻게 맞출지 등 인쇄와 관련된 정보가 조금 더 명확하게 포함됩니다.
파일 확장자는 brf를 사용하며, 보통 줄당 20자나 40자, 42자 등 일정한 폭을 유지하고 페이지 구분을 위한 공백 줄이나 특정 문자를 사용합니다. 사용자가 문서 제목, 저자, 발행처 같은 정보를 ASCII 문자 형태로 맨 앞 줄이나 특정 위치에 적어넣기도 합니다. 예시를 간단히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TITLE: Sample Document
=AUTHOR:Nvisions
A B C D E F …
// 여기서 페이지가 넘어가기 전 빈 줄을 삽입>
G H I J K L …
위 예시는 매우 단순화된 형태지만, 이렇게 BRF 파일 내에는 파일에 대한 간단한 메타 정보와 실제 점자 코드가 줄 정렬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점자 전문 도서관이나 점자 인쇄를 위해 자주 쓰이는 대표적인 포맷이며, 전자 점자 기기에서 BRF 파일을 직접 읽고 편집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BRL (Braille) 확장자
BRL 확장자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로, 리눅스·오픈소스 환경에서 사용된 ASCII Braille 형태의 파일을 보통 의미합니다. 사실상 BRF와 유사하지만 표준화된 규격이 명확하지 않고, 프로젝트나 소프트웨어마다 내부적으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주석이나 구조 정보를 넣는 예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눅스 brltty 또는 오픈소스 기반의 점역 엔진인 Liblouis 를 사용할 때, brl 파일을 불러오면 다음과 같은 주석을인식하도록 작성하는 식입니다.
# This file uses Liblouis table en-us-g2.ctb
# Title: Another Example
A B C D E …
본문 부분은 ASCII Braille와 같지만, 확장자나 주석을 통해 점자 전용 파일임을 구분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관리하거나오픈소스 환경에서 관리하기에 조금 더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부 점자 정보단말기에서 점자 데이터를 표현하거나, 기록하는 데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DBT/DXB (Duxbury Braille Translator 전용)
DBT/DXB 포맷은 Duxbury Braille Translator (DBT)라는 상용 점자 번역·편집 소프트웨어에서 생성되는 전용 파일 형식입니다. 전 세계 점자 출판·제작 기관에서 많이 사용하며, dbt(또는 구버전 dxb) 확장자와 함께, DBT 내부에서 편집한 문서 정보가 저장됩니다.
파일 안에는 원문 텍스트(활자)와 점자 변환 내용이 동시에 유지되며, 언어별·수학점자별 테이블(UEB, Nemeth 등)이나 페이지 매핑, 각주, 스타일 정보, 장치 설정(용지 크기 등) 등이 함께 들어갑니다. 비공개(독점) 형식이므로 일반 텍스트 편집기로 내용을 바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DBT는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파일 내보내기 기능으로 BRF나 PEF 같은 다른 표준 포맷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점자 프린터에서 인쇄하거나 다른 장치에서 문서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PEF (Portable Embosser Format)
PEF 는 2005년경부터 DAISY Consortium 산하 단체들이 논의하여 2008년 무렵 본격적으로 보급된 XML 기반 점자 파일형식입니다. 국가나 언어의 점역 규칙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완성된 점자 페이지 정보를 직접 기록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XML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문서를 구조화해서 표현합니다.
<?xml version="1.0" encoding="UTF-8"?>
<pef version="2008-1">
<metadata>
<dc:title>전자 점자의 현재와 미래</dc:title>
<dc:creator>Nvisions</dc:creator>
<dc:publisher>Nvisions</dc:publisher>
<dc:language>ko</dc:language>
<pef:pageFormat width="40" height="25" duplex="true"/>
</metadata>
<body>
<page>
<row>⠁⠃⠉⠙…</row>
<row>⠑⠋⠛⠓…</row>
</page>
<page>
<row>...</row>
</page>
</body>
</pef>
metadata 영역에는 문서 제목, 저자, 출판사, 언어 정보, 페이지 매수나 줄 수 등 다양한 메타데이터를 자유롭게 기재할 수있습니다. body 영역은 page 단위로 구성되며, 각 page 내부에 row 태그를 사용해 줄을 구분하고, 각 줄에 점자 셀을 차례대로 기재합니다.
PEF의 가장 큰 장점은 XML 표준을 기반으로 하므로 파일 간 호환성과 확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또한 페이지 구성이나행 단위 정보가 매우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 호환되는 점자 프린터나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별도의 변환 없이 바로 인쇄가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점자 정보단말기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 외 특수·전용 파일 형식
위에서 살펴본 포맷들 외에도 특정 소프트웨어나 디바이스가 내부적으로만 사용하는 형식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ABBYY Braille Template(ABT)는 ABBYY사의 OCR 및 변환 소프트웨어에서만 쓰이는 임시 파일 형식이며, B2K나 B2B 등의 중간 변환 포맷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별 프로젝트에서만 활용되어 범용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휴대용 점자 정보단말기의 자체 포맷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HumanWare BrailleNote 시리즈에서는 KWB 확장자를 사용하고, HIMS 한소네에서는 HBL 확장자를 쓰는 식입니다. 다만 이런 전용 포맷이라도 기기나 제공 소프트웨어에서 BRF나PEF 등 일반적인 표준 포맷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맺으며
지금까지 ASCII Braille, BRF, BRL, DBT/DXB, PEF를 중심으로 디지털 점자 파일 형식의 주요 특징과 실제 예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디지털 점자의 미래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새로운 포맷인 eBraille의 개발 배경과 그 특징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