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지털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규칙: DOJ의 ADA Title II 디지털 접근성 규칙
미국의 디지털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규칙: DOJ의 ADA Title II 디지털 접근성 규칙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엔비전스입니다.
지난 번 저희는 유럽 연합에서 회원국의 디지털 접근성 의무를 총체적으로 규정한 EAA(유럽 접근성법: European Accessibility Act)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 아티클을 발행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대서양을 건너, 지난 해 미국에서 이루어진 정부 차원에서의 디지털 접근성 측면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DOJ(미국 법무부: Department of Justice)의 ADA 정부 및 공공 영역 디지털 접근성 규칙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 4월, 미국 법무부(DOJ)는 디지털 접근성에 관해 중요한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주 및 지방 정부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이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확한규칙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1990년 미국 장애인법(ADA) 제정 이후 34년 만에 디지털 영역에서의 접근성 보장을명확히 한 고무적인 조치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규칙이 왜 필요했는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ADA는 무엇인가? : 미국 장애인법(ADA)의 기본 구조 이해하기
DOJ의 새로운 규칙을 이해하려면 먼저 ADA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DA는 1990년에 제정된 포괄적인 시민권법으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합니다. 이 법은 다섯 개의 주요 부분(Title)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itle I - 고용 (Employment)
15명 이상의 직원을 둔 사업장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고용 차별을 금지합니다. 고용주는 장애인 직원에게 '합리적 편의제공'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직원을 위해 책상 높이를 조절하거나, 시각 장애 직원에게 화면 낭독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Title II - 주 및 지방 정부 서비스 (State and Local Government Services)
모든 주 및 지방 정부는 장애인이 정부 서비스, 프로그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공립학교, 도서관, 법원, 대중교통 등이 포함됩니다. 바로 이 Title II가 이번 DOJ 규칙의 적용 대상입니다.
Title III - 공공 편의시설 (Public Accommodations)
식당, 호텔, 병원, 영화관 등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사업체들이 장애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안내견 동반을 허용해야 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물리적 장벽을 제거해야 합니다.
Title IV - 통신 (Telecommunications)
청각이나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 중계 서비스(TRS)를 제공하도록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수어 사용자를 위한 영상 중계 서비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Title V - 기타 조항 (Miscellaneous Provisions)
ADA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보복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등 법 전체를 뒷받침하는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 디지털 시대의 도전: ADA가 직면한 한계
ADA가 제정된 1990년에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이었습니다. 당시 법은 주로 물리적 장벽 제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휠체어 경사로, 점자 안내판, 넓은 출입문 등이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우리의 일상은 급격히 디지털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세금 납부, 운전면허 갱신, 학교 교육 자료 접근, 법원 서류 제출 등 대부분의 정부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서비스가 특별한 요구가 있는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법적 공백과 혼란
DOJ는 1996년부터 ADA가 웹사이트에도 적용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기술 표준이나 규정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20년 이상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되었고, 법원마다 다른 판결을 내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는 웹 접근성 관련 소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 한 해에만 10,982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당시 Covid-19 팬데믹 기간과 맞물려 디지털 접근성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에 주요 개정을 거친 ADA에서도 디지털 접근성 규정을 명확히 담지 못한 까닭에 법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은 지속되었습니다.
4. DOJ 최종 규칙의 탄생 배경
이러한 상황에서 DOJ는 더 이상 법적 모호성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지털 공공 서비스가 시민의 기본권 행사에 필수적이 된 시대에, 명확한 기준 없이는 장애인 등의 평등한 참여를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DOJ는 2010년부터 규칙 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수차례의 공개 의견 수렴과 철회를 거쳐 2023년 8월 규칙안을 발표했습니다. 약 345개의 의견을 받아 검토한 후, 2024년 4월 24일 최종 규칙을 Federal Register에 공표했습니다.
5. DOJ 디지털 접근성 규칙의 핵심 내용
5.1 적용 대상과 범위
누가 이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
ADA Title II가 적용되는 모든 주 및 지방 정부 기관이 대상입니다. 여기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 주 정부 및 지방 정부의 모든 부서와 기관
- 공립학교, 커뮤니티 칼리지, 주립대학
- 공립 병원, 법원, 도서관
- 특별 자치구(special district governments)
무엇을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나?
- 웹사이트: 모든 웹페이지,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온라인 양식 등
- 모바일 앱: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
- 전자 문서: PDF, Word, Excel, PowerPoint 등의 파일
- 소셜 미디어: 준수 기한 이후 게시되는 모든 게시물
중요한 점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약이나 라이선스를 통해 제공하는 제3자 서비스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세금 납부 시스템이나 주차 요금 결제 앱도 접근성을 갖춰야 합니다.
5.2 기술 표준: WCAG 2.1 Level AA
WCAG란?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WCAG)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웹 접근성 표준입니다. DOJ는 WCAG 버전 2.1의 Level AA를 공식 기준으로 채택했습니다.
WCAG의 네 가지 원칙
WCAG는 다음 네 가지 원칙(POUR)을 기반으로 합니다:
- 인식 가능(Perceivable): 정보가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예: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 제공, 동영상에 자막 추가 - 운용 가능(Operable): 사용자가 인터페이스를 조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 키보드만으로 모든 기능 사용 가능 - 이해 가능(Understandable): 정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예: 명확한 지시사항, 오류 메시지 제공 - 견고성(Robust): 다양한 보조 기술과 호환되어야 합니다.
예: 스크린 리더와 호환되는 코드 작성
자세한 내용은 WCAG 2.1 공식 문서를 참고하십시오.
5.3 준수 기한
DOJ는 기관의 규모에 따라 다른 준수 기한을 설정했습니다:
- 2026년 4월 26일: 인구 50,000명 이상을 관할하는 기관
- 2027년 4월 26일: 인구 50,000명 미만을 관할하는 기관 및 모든 특별 자치구
소규모 기관에 1년의 추가 시간을 준 것은 자원과 역량의 차이를 고려한 조치입니다.
5.4 예외 조항들
규칙은 몇 가지 제한적인 예외를 인정하지만, 매우 좁게 해석됩니다:
1. 보관된 웹 콘텐츠
- 준수 기한 이전에 만들어졌고
- 현재 업무에 사용되지 않으며
- 역사적 보존 목적으로만 유지되고
- 명확히 '보관됨'으로 표시된 콘텐츠
2. 기존 전자 문서
- 준수 기한 이전에 만들어졌고
- 현재 서비스 신청이나 참여에 사용되지 않는 문서
- 참고: 오래된 문서라도 현재 사용 중이면 예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3. 제3자가 게시한 콘텐츠
- 기관의 통제 없이 일반 시민이 게시한 콘텐츠 (예: 공공 포럼의 댓글)
- 단, 계약 관계에 있는 제3자의 콘텐츠는 예외가 아닙니다
4. 개인화된 암호 보호 문서
- 특정 개인에 관한 문서로서
- 암호로 보호되고
- 특정 파일 형식(PDF, Word 등)인 경우
- 예: 개인 성적표, 세금 고지서
5. 기존 소셜 미디어 게시물
- 준수 기한 이전에 게시된 내용
5.5 방어 수단과 유연성
근본적 변경과 과도한 부담
기관은 다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 예외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서비스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경우
- 과도한 재정적, 행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
단, 이는 기관장이 모든 가용 자원을 고려한 후 서면으로 결정해야 하며,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기관에 있습니다.
미미한 영향 조항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한 경우 (예: 색상 대비가 4.5:1 대신 4.45:1인 경우) 준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접근성 문제를 면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6. 앞으로 남은 과제들
현실적 어려움을 주장
일부 공공 기관과 전문가들은 이 규칙의 시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짧은 준수 기한: 2-3년은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를 모두 점검하고 수정하기에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제3자 솔루션의 문제: 많은 정부 기관이 사용하는 제3자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 교육 분야의 부담: 특히 교육 콘텐츠에 대한 예외가 삭제되면서 공립학교와 대학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기술적 복잡성: WCAG 2.1 AA를 100% 준수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잇는 과제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잇습니다.
Title III에 대한 영향
전문가들은 이번 Title II 규칙이 향후 민간 부문(Title III)에 대한 규제의 기틀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모든 온라인 비즈니스가 준비해야 할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
일부에서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이 규칙의 시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7. 맺음말
DOJ의 정부 및 공공 영역에 대한 디지털 접근성 규칙은 그동한 모호했던 ADA의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하는 중요한 접근성의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Title III에서 규정하고 잇는 상업 시설 등에 대한 디지털 접근성 규칙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칙을 기반으로 민간 영역에서 달성 가능한 접근성 기준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부 및 대학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에도 이 규칙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완전히 민간 영역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에 미국 내에서 논의도고 있는 웹 및 소프트웨어 접근성 법에 관한 내용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