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AG 3.0 해설 3부 — WCAG 3.0의 적합성 모델: 핵심 요구사항, 보충 요구사항, 사실 기술, 그리고 Bronze/Silver/Gold
안녕하세요. 엔비전스 입니다.
1부에서는 WCAG 3.0이 아직 작업 초안(Working Draft) 단계라는 점과 WCAG 3가 지향하는 큰 방향을 살펴봤습니다. 2부에서는 기능적 요구(Functional needs)에서 출발해 지침, 요구사항, 사실 기술, 방법으로 이어지는 WCAG 3의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3부에서는 많은 실무자가 가장 궁금해하실 주제, 적합성(Conformance) 모델을 다룹니다. WCAG 3 소식을 접한 분들은 Bronze, Silver, Gold라는 새 등급 이름을 먼저 들으셨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이어질 것입니다. A/AA/AAA가 Bronze/Silver/Gold로 이름만 바뀌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이 회차의 목표는 바로 이 오해를 푸는 것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현재 초안에서 적합성 접근(Conformance Approach) 부분은 탐색(Exploratory) 단계입니다. 지침 목록이 개발(Developing) 단계까지 올라온 것과 비교하면, 적합성 모델은 아직 더 이른 단계에 있습니다. W3C 접근성 지침 워킹그룹(AGWG)도 적합성 모델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일이 앞으로 몇 년간 해야 할 작업의 큰 부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소개하는 내용은 확정된 규칙이 아니라 지금 논의되는 방향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WCAG 2의 적합성 모델
WCAG 2의 적합성 판단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각 성공 기준을 통과했는지 실패했는지 판정하고, 어느 수준의 성공 기준까지 만족했는지에 따라 A, AA, AAA 등급을 부여합니다. 해당 수준의 성공 기준을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그 수준의 적합성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판단 단위는 웹 페이지입니다. 적합성은 전체 웹 페이지 단위로 성립하고, 페이지의 일부만 떼어 적합성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 모델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과와 실패가 분명하기에 감사와 인증, 법적 근거로 쓰기 좋습니다. 실제로 여러 나라의 접근성 법규가 WCAG 2의 AA 수준을 참조합니다.
다만 1부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모델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통과와 실패 두 가지로만 판정하다 보니, 기준은 통과했지만 실제로 쓰기 불편한 경우나 기준 하나를 아슬아슬하게 놓쳤지만 전반적으로는 잘 만든 경우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페이지 단위 평가는 여러 페이지에 걸친 가입이나 결제 같은 흐름 전체를 보기 어렵게 합니다. 조직이 접근성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아예 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WCAG 3의 적합성 모델은 이 지점들을 다르게 다루려는 시도입니다.
WCAG 3 적합성 판단을 이루는 세 가지 구성 요소
2부에서 정리한 구조를 적합성 관점에서 다시 보면, WCAG 3의 적합성 판단에는 세 가지 구성 요소가 들어갑니다. 핵심 요구사항(Core Requirements), 보충 요구사항(Supplemental Requirements), 그리고 사실 기술(Assertions)입니다.
핵심 요구사항은 적합성의 바탕입니다. 초안은 가장 기본 수준의 적합성을 주장하려면 모든 핵심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핵심 요구사항에는 콘텐츠를 사용자 에이전트와 보조기술이 감지할 수 있게 하는 것, 정보를 여러 감각으로 전달하고 여러 입력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것, 콘텐츠가 신체적 해를 끼치지 않게 하는 것, 자막과 대체 텍스트 같은 필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보충 요구사항은 핵심 요구사항에 더하는 요구사항입니다. 품질을 확인하는 항목, 핵심 요구사항보다 엄격한 수준을 요구하는 항목, 현재는 구현 비용이 큰 항목, 특정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항목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보충 요구사항은 모든 적합성 수준에서 쓰이지만, 어떤 보충 요구사항을 만족할지는 평가자나 정책 입안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둡니다.
사실 기술은 2부에서 소개한 대로, 조직이나 사람이 접근성을 위해 특정 절차를 수행했다고 문서로 남기는 진술입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 대체 수단에 관한 스타일 가이드를 운영한다거나, 자막이 필요한 사용자와 함께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발견한 문제를 고쳤다는 진술이 초안에 실제로 실려 있습니다.
반대로 적합성 판단에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2부에서 살펴본 방법(Methods)과 모범 사례(Best practices)는 참고(informative) 자료입니다. 방법은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구체적인 길을 알려 주지만, 반드시 그 방법대로 구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범 사례는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적합성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각 요구사항에 딸린 테스트 절차 역시 참고 자료입니다. 적합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규범(normative) 내용은 지침과 요구사항, 그리고 사실 기술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초안은 사실 기술이 핵심 요구사항을 전제로 그 위에 더하는 것이며, 핵심 요구사항의 대안으로 쓸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사실 기술을 아무리 많이 제출해도 핵심 요구사항 미충족을 상쇄할 수 없습니다. 사실 기술은 검사자가 결과물만 보고는 확인할 수 없는 조직의 노력을 적합성 판단에 반영하는 장치이지, 요구사항을 피해 가는 수단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실 기술은 어떻게 검증할까요. 초안은 사실 기술이 말하는 절차의 결과 자체는 독립적인 검사자가 테스트할 수 없다고 인정합니다. 대신 진술이 문서화 요건을 얼마나 잘 갖췄는지를 평가합니다. 사실 기술에는 어떤 절차를 수행했다는 진술, 진술한 날짜, 절차를 수행한 날짜나 기간, 진술이 적용되는 범위, 진술한 사람이나 조직의 연락처, 그 진술이 뒷받침하는 요구사항이나 지침이 들어가야 합니다. 적합성 주장에 사실 기술을 활용하려면 이 내용을 적합성 주장 안에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내부 검토 기록 같은 보조 문서는 권장 사항일 뿐, 적합성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Bronze, Silver, Gold는 무엇이 다른가요
이제 본격적으로 세 적합성 수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초안은 적합성을 주장하려면 세 수준 가운데 하나를 온전히 만족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각 수준을 이렇게 제안합니다.
Bronze는 최소 적합성 수준입니다. 적합성 범위 안의 모든 페이지/뷰와 프로세스가 모든 핵심 요구사항을 만족하고, 여기에 더해 보충 요구사항과 사실 기술 중 일정 비율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 비율이 얼마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Silver는 모든 핵심 요구사항에 더해, Bronze보다 더 많은 비율의 보충 요구사항과 사실 기술을 만족해야 합니다. Gold는 Silver보다 더 많은 비율을 만족해야 합니다.
세 수준의 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핵심 요구사항 전부는 어느 수준에서든 공통 조건입니다. 수준을 가르는 것은 보충 요구사항과 사실 기술을 얼마나 폭넓게 만족하느냐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장치가 더 있습니다. 보충 요구사항과 사실 기술의 비율을 계산할 때 전체를 뭉뚱그려 세지 않고, 기능적 수행 진술(Functional performance statements)이라는 목록의 항목별로 셉니다. 기능적 수행 진술은 시각, 청각, 인지 등 서로 다른 사용자 요구 영역을 정리한 목록입니다. 미국의 Section 508이나 유럽의 EN 301 549 같은 조달 기준을 다뤄 본 분이라면 이 이름이 낯설지 않을 텐데, WCAG 3 초안은 이 개념을 확장한 목록을 함께 싣고 있습니다. 항목별로 비율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특정 장애 유형에 유리한 항목만 골라 채우고 다른 장애 유형의 요구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높은 등급을 받는 일을 막고, 사용자 요구 사이의 형평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A/AA/AAA와 Bronze/Silver/Gold의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WCAG 2에서 등급은 어느 수준의 성공 기준 집합까지 전부 통과했는가로 정해집니다. AA를 받으려면 A와 AA의 성공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반면 WCAG 3의 초안이 논의하는 방향에서 등급은 공통의 핵심 위에 무엇을 얼마나 더 쌓았는가로 정해지고, 무엇을 쌓을지는 사용자 요구 영역 사이의 형평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조직이 선택합니다. 등급 이름이 세 개라는 점만 같을 뿐, 등급을 정하는 논리가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초안은 WCAG 2.2의 A와 AA를 만족한 콘텐츠가 WCAG 3 최소 적합성 수준의 대부분을 만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WCAG 3에는 추가 검사와 다른 판정 방식이 있어 완전한 적합성 충족까지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즉 Bronze는 WCAG 2의 AA와 비슷한 요구 범위를 다루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개념을 잡기 위해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쇼핑 서비스가 Bronze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해 봅시다. 이 서비스는 먼저 적합성 범위 안의 모든 페이지/뷰와 프로세스에서 핵심 요구사항 전부를 만족해야 합니다. 자막을 제공하는 미디어, 감지할 수 있는 이미지 대체 수단, 키보드로 조작할 수 있는 컴포넌트 같은 항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다음 보충 요구사항과 사실 기술 가운데 일정 비율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때 시각 요구 영역에서만 채우고 인지나 청각 요구 영역을 비워 둘 수 없습니다. 기능적 수행 진술의 항목별로 비율을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막 스타일 가이드를 운영한다는 사실 기술과 조정 가능한 자막 같은 보충 요구사항으로 청각 영역을 채우고, 명확한 언어 검토 절차에 관한 사실 기술로 인지 영역을 채우는 식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비율과 계산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이 예는 판단 구조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무엇을 평가하는가: 페이지에서 과업 흐름까지
WCAG 3는 평가 대상을 정의하는 단위도 넓힙니다. 초안의 테스트 논의는 항목(Items), 뷰(Views), 과업 흐름(Task flows), 제품(Product)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항목은 테스트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드롭다운 메뉴나 링크 같은 컴포넌트일 수도 있고, 문단, 레이블, 오류 메시지, 아이콘 같은 콘텐츠 조각일 수도 있습니다. 뷰는 큰 변화 없이 한 번에 접할 수 있는 콘텐츠 전체로, WCAG 2의 웹 페이지 개념과 이어지지만 거기에 묶이지 않습니다. 모바일 앱의 화면 하나, 모달 대화상자 같은 콘텐츠 층도 뷰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업 흐름은 특정 사용자 활동을 지원하는 뷰들의 연속입니다. 초안은 로그인해서 사용자 인증을 마치는 일, 상품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해 확인까지 받는 일, 세금 정보를 제출하는 일을 예로 듭니다. 과업 흐름을 테스트할 때는 그 활동을 지원하는 부분만 포함합니다. 제품은 이 모든 항목, 뷰, 과업 흐름을 합친 전체입니다.
적합성을 주장할 때는 이 단위들을 바탕으로 적합성 범위(Conformance scope)를 정의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세 수준 모두 적합성 범위 안의 모든 페이지/뷰와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요구사항 만족 여부를 따집니다. 어디까지를 범위로 삼았는지 밝히는 일이 적합성 주장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페이지 단위 평가에 익숙한 실무자에게 이 변화는 의미가 큽니다. 화면 하나하나가 기준을 통과해도 여러 화면에 걸친 결제 흐름 중간에 장벽이 있으면 사용자는 목적을 이루지 못합니다. WCAG 3는 바로 그 지점을 평가 범위 안으로 포함하려 합니다.
접근성 지원: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가
적합성 모델에는 접근성 지원(Accessibility-supported)이라는 개념도 들어 있습니다. 어떤 구현 기법이 지침을 만족한다고 해도, 실제 사용자가 쓰는 브라우저와 보조기술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코드만 보면 문제가 없는 커스텀 컴포넌트가 특정 스크린 리더에서는 상태를 읽어 주지 못하는 경우를 접근성 점검에서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접근성 지원은 문서 위의 기준과 실제 사용 환경 사이의 이 간극을 다루는 개념입니다.
초안이 논의하는 방향에서는 적합성 수준에 따라 검증 책임이 달라집니다. 기본 수준에서는 WCAG 3가 제공하는 방법과 기법이 작동한다고 제작자가 전제할 수 있습니다. 워킹그룹이 충분히 폭넓은 사용자 에이전트 지원을 확인한 방법만 문서에 싣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높은 수준에서는 제작자가 기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직접 테스트하거나 사용자 에이전트의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어떤 사용자 에이전트와 보조기술로 테스트했는지 정의한 접근성 지원 집합(Accessibility support set)을 적합성 주장에 포함하게 됩니다. 보조기술에 오래 남아 있는 버그를 어떻게 예외로 다룰지는 여전히 논의 중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
이 회차에서 소개한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열린 내용으로 남아 있습니다. Bronze, Silver, Gold 각 수준이 요구하는 보충 요구사항과 사실 기술의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더 높은 수준을 점수제로 잴지, 비율로 잴지, 미리 정의한 묶음(모듈)으로 잴지도 워킹그룹이 검토하는 중입니다.
워킹그룹이 검토해 온 다른 개념들도 있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통과와 실패 두 가지로만 나누지 않고 실패, 진전, 통과, 우수처럼 단계를 두어 목표를 향한 진행 정도나 목표를 넘어선 성과를 보여 주는 형용 평가(Adjectival ratings), 문제의 심각도를 판정과 우선순위에 반영하는 방식, 적합성 평가를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미리 확인하도록 돕는 사전 점검(Pre-assessment checks)이 그 예입니다. 모두 검토 대상일 뿐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기술을 둘러싼 질문도 열려 있습니다. 워킹그룹은 규모가 작은 조직이 지나친 부담 없이 사실 기술을 활용할 방법, 가장 기본 수준의 적합성에서 사실 기술을 쓸 수 있는지, 적합성 주장 바깥에서 조직 내부의 기준으로 사실 기술을 쓸 수 있는지 같은 질문에 공개 의견을 구하고 있습니다.
실무 관점에서 이 변화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한데요. 접근성 업무가 개발 완료 후의 코드 결함 점검만으로 끝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테스트 결과뿐 아니라 사용자 테스트 기록, 보조기술 확인 내역, 스타일 가이드와 교육 같은 운영 기록도 접근성 품질의 일부로 다루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이런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적합성 모델이 어떤 모습으로 확정되든 대응하기 쉬워집니다.
WCAG 3의 적합성 모델은 체크리스트 통과 여부를 넘어, 제품 범위와 사용자 과업, 기술 지원 환경, 조직의 접근성 활동까지 함께 보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Bronze, Silver, Gold는 A/AA/AAA의 새 이름이 아니라, 공통의 핵심 위에 무엇을 얼마나 더 고려했는가를 묻는 다른 논리의 등급이다.
다음 4부에서는 시리즈의 마지막 주제로, WCAG 3가 어떤 사용자 경험을 바라보는지 살펴봅니다. 콘텐츠와 미디어, 텍스트와 이해, 상호작용과 입력, 오류와 과업 완료, 일관성과 사용자 제어까지, WCAG 3 초안이 다루는 내용의 방향을 주제별로 묶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긴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문서
- W3C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 3.0, W3C Working Draft, 2026년 3월 3일
- Explainer for W3C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 3.0, W3C Group Note Draft, 2026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