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시각 장애인이 음악을 연주하는 방법

엔비전스 접근성 2024-07-29 10:38:52

안녕하세요. 엔비전스입니다.

지난 아티클에서는 시각 장애인이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요.

문화생활에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종류의 취미생활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앞이 보이지 않는 많은 시각 장애인들이 취미로 가지고 있는 활동 중 하나입니다. 소리를 감상하는 데에는 크게 시력에 대한 제약 없이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단순히 듣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연주를 한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시각 장애인이 음악을 연주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점자 악보

음악은 혼자만의 호흡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합, 악보를 통한 순간 습득과 전달력이 모두 중요한 예술입니다. 시각 장애인 음악가들 역시 이는 예외가 없는데요. 시각 장애인들은 보다 정확히 음악을 하기 위해 보통 점자 악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자 악보를 만드는 일을 "음악 점역"이라 하며, 악보를 만드는 사람을 "음악 점역사"라 부릅니다. 점역, 검토, 검수 세 단계에 걸쳐 악보 점역이 이루어지며 보다 정확한 검토를 위해 시각 장애인 교정사가 함께합니다.

점자 악보의 길이는 일반 악보에 비해 최소 2.5배에서 4배 이상 길어지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 장애인이 음악을 매우 상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점자 악보가 거의 유일하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수많은 시각 장애인들이 취미활동으로 음악을 시도해 보고 있는 반면에, 음악을 점역하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점자 악보를 통해 음악을 하는 시각 장애인들은 아직 점역이 되지 않은 악보가 있을 경우 점역이 되기를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모든 접근성에서 항상 강조되어 오는 "장애인의 선택을 할 권리"와 연결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차원 촉각 악보

앞서 말한 점역은 악보의 있는 그대로를 적어 놓는 것이 아닌 점역사가 악보를 풀어 해석해 놓은 글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매우 친절한 형태로 악보 정보를 습득할 수는 있지만, 비장애인들이 직접 악보를 보는 것처럼 악보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점자 악보에는 높은음자리표나 낮은음자리표가 따로 없고 길표라는 말로 대체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을 표현하는 선율이 복잡하고 다양해졌지만 점자 악보에는 그러한 디테일을 담아내고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 생략된 부분 역시 많습니다. 이 외에도 생략되거나 대체되는 방식으로 악보가 점역되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이 보는 악보와는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다차원 촉각 악보"가 개발되었습니다. 다차원 촉각 악보는 보다 확실한 정보 전달을 위해 점자 악보를 보완한 악보로 점자 악보에는 없는 높은음자리표, 셈여림, 조표와 같은 여러 표기가 추가되었는데요. 점자로만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의 기준이 명확한 점자 악보와는 달리 다차원 촉각 악보는 사실상 일반적인 악보의 형태가 돌출되어 있는 형태로 촉각을 통해 악보상의 음표의 위치, 모양을 정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봤을 때도 일반 악보와 형태가 같으므로, 대부분의 사용자가 모두 악보를 보고 만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악보는 더 확실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시각 장애인 연주자의 직관적인 표현을 도울 거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2018년, 특허청으로부터도 허가를 받아, 앞으로 시각 장애인의 또 다른 길이 되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버즈비트

시각 장애인 음악가와 관련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는 지휘자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입니다.

직접 악보를 만지며 외우고 시간을 써 연주하면 되는 솔로 악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합을 맞춰야 하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편적인 연주회를 생각해 봅시다. 지휘자는 연주를 들으며 지휘하고, 연주자는 지휘자의 지휘를 보며 연주를 맞춥니다. 그렇다면 본디 "본다"의 의미가 없는 시각 장애인들은 합주를 할 수 없을까요?

물론 일반적으로 시각 장애인이 지휘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합주를 아예 못 하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이미 단원 중 시각 장애인이 있을 경우 지휘자가 인위적으로 내는 호흡이나 메트로놈 소리를 통해 합을 맞추는 오케스트라 사례는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존재하는데요. 다만 이는 어쩔 수 없이 연주자의 집중도가 분산되고 오랜 합주에 걸맞은 방법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를 토대로 지휘자의 소리 없이도 시각 장애인이 지휘를 인지할 수 있는 장치 "버즈비트(Buzz Beat)"가 개발되었습니다.

버즈비트는 특수 제작된 지휘봉을 이용해 지휘자가 지휘를 하고, 장애인 연주자가 손목이나 발목에 착용한 수신기로 움직임에 따른 진동을 전달받아 보다 폭넓은 합을 맞출 수 있게 고안된 음악 장치입니다. 이는 지휘를 볼 수 없는 연주자들이 보다 정교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전히 시각 장애인들의 문화생활에는 많은 장벽들이 존재합니다. 사실 이처럼 악보를 보는 데 필요한 접근성은 음악을 익히는 데에 도움을 줄 뿐, 시각 장애인 연주자는 악보를 모두 외우기 전까지는 비장애인들과 같이 악보를 눈으로 보며 두 손으로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쉽게 좁히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점으로, 이로 인해 접근성 개발에 정체기를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한계점은 그저 발전에 필요한 목표 지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문화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금도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러한 사례들이 보편화되고 장애인의 문화생활 선택지가 보다 늘어나는 접근성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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