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 스위스의 접근성 – 로잔 공대, 로잔 스쿨, 로잔 대학교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작지만 강한 나라, 스위스와 로잔의 학교들, 그리고 그 주변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스위스는 한국의 41% 정도로 작은 나라입니다. 국가가 한국의 반도 안 되는 나라.
그럼에도 27명의 노벨상 수상자, 9057억 달러의 GDP, 1인당 GDP가 약 105,669달러인 세계 최고의 경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1인당 특허 출현이 가장 많기도 하고, UN, 국제 적십자사와 같은 여러 주요 국제기구가 위치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배경 속에는 스위스의 다언어와 다양성을 통한 양질의 교육 시스템과 매우 잘 정비된 인프라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스위스를 평화롭게 거니는 느낌으로, 로잔 공대, 로잔 비즈니스 스쿨, 로잔 대학교과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로잔 공대 (EPFL)
로잔공대(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 EPFL)는 스위스 로잔에 있는 세계적인 공과 대학교입니다. 특히 공학, 과학, 기술 분야에서 세계 대학 순위의 20위권 안에 있는 유명한 대학교입니다. 연구 중심의 교육과 다양한 연구소, 국제적인 학생과 교수진, 혁신과 Innovation Park를 통한 창업 인큐베이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Information for students with disabilities
https://www.epfl.ch/education/studies/en/special-study-arrangements/information-for-students-with-disabilities/
Improving Access and Inclusion
https://www.epfl.ch/education/educational-initiatives/cede/training-and-support/improving-access-and-inclusion/
Course and exam support for disabled students
https://actu.epfl.ch/news/course-and-exam-support-for-disabled-students-2/
로잔 공대의 캠퍼스는 매우 넓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모든 길에는 경사로를 함께 배치하고 있습니다.
실내에도 계단과 경사로를 제공하고, 경사로가 없는 곳은 엘리베이터와, 자동문과 휠체어 높이의 손잡이 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누가 공대 아니라고 할까 봐, 로잔 공대 역의 지하에는 온갖 수식과 행렬, 과학과 예술에 대한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Science is what we understand well enough to explain to a computer.
Art is everything else we do."
"과학은 우리가 컴퓨터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고, 예술은 우리가 하는 다른 모든 것이다."
로잔 비즈니스 스쿨 (BSL)
로잔 공대는 공학기반이다 보니 비즈니스 프로그램이 따로 없습니다. 대신 바로 옆에 역사가 깊은 로잔 비즈니스 스쿨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경제 위원회가 발표한 DBA 랭킹에서 2위에 랭크된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전통 건축 양식과 샬레 (Chalet)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외관 안에는 철제 난간이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함께 위치하고 있습니다.
Student Employability at BSL Lausanne
https://www.bsl-lausanne.ch/student-employability-at-bsl-lausanne/
로잔 대학교(UNIL)
로잔 대학교(Université de Lausanne, UNIL)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공립 연구 중심 대학으로, 처음에는 신학 아카데미로 시작되었지만, 1890년에 종합 대학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로잔 대학교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설 접근성과 청각 장애 학생들을 위한 보청기와 보조 장치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상담과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학생들이 포괄적 지원을 통해 최상의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접근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Studies and disability
https://www.unil.ch/etudiants/en/home/menuinst/soutien-aides/handicap--dys/handicap-et-etudes.html
UNIL | University of Lausanne
https://www.unil.ch/central/en/home.html
마치 로컬인 것처럼 스위스를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잘 조직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한국의 교통수단들, 기차, 지하철, 버스 와 같은 노선도 잘 되어 있지만, 스위스의 교통수단은 정확도와 쾌적도를 넘어 좀 더 섬세한 배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효과적인 유니버셜 디자인을 통해 휠체어와 자전거, 유모차가 매우 자유롭게 이동할 있었으며, 모든 역에 계단과 경사로, 누구라도 인지할 수 있는 식별 가능한 픽토그램, 엘리베이터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객 또한 불편 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특히, 스위스 교통 앱인 SBB 앱과 딱 맞아떨어지는 기차의 정시 운행. 조금이라도 늦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확하며, 도시와 작은 마을, 산악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누구라도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패스를 통해 기차, 지하철, 버스, 선박 등의 모든 탈것을 무제한 이용하면서, 각 도시에 있는 뮤지엄도 무료로 입장해 보기도 하고, 마치 모세혈관처럼 연결된 다양한 인프라를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로잔 비즈니스 스쿨 앞에 공공으로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 휠체어, 유모차를 위한 공기 주입기를 사진 찍으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니, 지나가는 분이 도와줄 것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그냥 살펴보고 있노라고 고맙다고 하니, 상큼하게 엄지 척을 날리고 가시는데, 이런 소소한 친절 또한 매우 고마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스위스를 다 언어 국가입니다. 로잔과 같이 프랑스와 가까운 지역은 주로 불어를 쓰고, 각 국가에 가까운 곳들은 각각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물론 영어도 공용어지만 영어가 안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기차의 안내문구는 그래서 4개 언어로 표시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 천혜의 자연,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 수준, 효율적인 교통수단과 최적의 인프라, 안전한 치안 등이 제공되는 국가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경쟁력을 통해 세계 유수의 국제기관들이 스위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본부(Place des Nations) 앞에는 부러진 의자(Broken chair)가 있습니다. 1997년 스위스 조각가 다니엘 베르세가 설계하고, 핸디캡 인터내셔널이 제작한 이 의자는 평화와 인권을 의미하며 특히 지뢰 희생자(장애인)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UN에서는 접근성을 인권의 범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방문한 UN 앞에 위치한 UN 산하기관인 ITU의 건물에서는 AI의 순기능 (AI for Good)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로잔, 베른, 몽트뢰, 브뵈 등 다양한 도시를 기차로 움직이고 배를 타고 레만 호수를 건너 프랑스 이브와, 에비앙에 가서 에비앙 물을 길어다 마셔도 보고, 공작이 다스리는 가장 작은 국가인 리히텐 슈타인을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갔다가 마지막 날에는 이탈리아의 말펜사를 통해 귀국을 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분들의 친절과 배려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가르침을 주셨던 산드로 교수님과 로잔 대학교 학식을 먹으며 나눴던 배움의 순간도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휴가 중인 여행객의 입장으로 그다지 급할 것도 없기에 움직이는 동안은 좌석과 순서, 시간 등을 거의 양보하기도 했지만, 먼저 길을 나서서 찾아주시던 분들,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던 분들, 20킬로가 넘는 캐리어를 번쩍번쩍 들어 옮겨주던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한 여정이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로 오면서 옆좌석에서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하던 로잔공대를 졸업하고 농업에 종사한다고 하셨던 분이 스위스의 그 맑고 신선한 포도밭(라보 : Lavaux)를 가리키며, 저 모든 포도밭과 농업은 모두 IT 기술을 통해 관리한다고 했을 때,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유창한 불어로 역무원과 잘 조율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친절, 기술을 통해 자연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잘 가꾸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어디든지 구석구석 움직일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고, 가술을 통해 이동통신 단말에 설치된 디지털 기술과 하드웨어를 최적화 하여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을 이번 여정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는 산 위에 있는 나라다. 스위스인들은 그곳에서 세계를 바라보며 세상이 리스크로 가득 차 있음을 오래 전부터 인식했다.
스위스인은 자신의 개인적인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리스크를 피하는 방식만으로는 잘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스위스인은 인생을 사는 현명한 방법이 리스크의 회피가 아니라, 과감하게 맞서는 태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 막스 권터 -